윈도우 기본 뷰어에 지쳐서 IrfanView로 정착하기까지의 지난한 삽질 기록

윈도우 기본 앱의 배신, 그리고 첫 만남

업무를 하다 보면 수십 장, 수백 장의 이미지를 빠르게 훑어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윈도우 기본 사진 앱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사진 한 장 띄우는 데 로딩 서클이 돌고, 다음 사진으로 넘길 때마다 미세한 딜레이가 발생하는 게 쌓이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됐습니다. ‘그냥 사진만 빨리 보고 싶은 건데 이게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아주 오래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IrfanView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UI가 너무 옛날 방식 같았거든요. 90년대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빠르고 가볍다’는 본질에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설치 파일 용량이 고작 몇 MB 수준이라는 것부터가 요즘의 비대해진 소프트웨어들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요. 처음 실행했을 때의 그 당혹스러운 심플함이란… 하지만 그 심플함 뒤에 숨겨진 괴물 같은 성능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삽질: “왜 안 열려?” (플러그인의 늪)

의욕 넘치게 IrfanView를 깔고 제가 가진 다양한 포맷의 파일들을 던져봤습니다. IrfanView는 정말 많은 파일 형식을 지원한다고 들었거든요. 실제로 웬만한 JPG나 PNG는 눈 깜짝할 새에 열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 RAW 파일이나 PDF, 그리고 최신 아이폰의 HEIC 파일들을 열려고 할 때 터졌습니다. 당연히 그냥 열릴 줄 알았는데, ‘파일을 읽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더군요. 여기서 첫 번째 멘붕이 왔습니다.

알고 보니 IrfanView는 기본 엔진은 극도로 가볍게 유지하되, 특수 기능이나 포맷 지원은 ‘플러그인’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니, 그냥 한 번에 다 넣어주면 안 되나? 왜 귀찮게 따로 받으라는 거야?’라고 투덜대며 공식 사이트에서 플러그인 팩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나니 이해가 가더군요. 내가 쓰지도 않는 수만 가지 기능을 미리 로딩해서 무겁게 만드느니, 필요한 사람만 덧붙여 쓰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걸요. 하지만 이 과정을 모르고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저처럼 ‘이거 뭐야, 지원한다더니 안 되잖아’ 하고 지워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막혔다기보다는, 이 프로그램의 설계 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시행착오였죠.

두 번째 삽질: 배치 변환(Batch)의 올드한 UI에 당황하다

어느 날, 수백 장의 이미지 크기를 한꺼번에 줄이고 파일명도 일관되게 바꿔야 하는 업무가 생겼습니다. 포토샵을 켜자니 컴퓨터가 비명을 지를 것 같고, 온라인 변환 사이트에 올리자니 보안이 걱정되더군요. 그때 IrfanView의 ‘Batch Conversion/Rename’ 기능이 떠올랐습니다. 단축키 ‘B’를 누르는 순간, 저는 또 한 번 멈칫했습니다.

창 하나에 설정값이 빼곡하게 들어찬 그 화면은 정말 불친절해 보였습니다. 요즘의 직관적인 UX와는 거리가 멀었죠. 여기서 두 번째 실패를 겪었습니다. 옵션을 대충 훑어보고 ‘시작’을 눌렀는데, 파일명은 바뀌었지만 이미지 품질이 엉망이 되거나, 특정 옵션이 적용되지 않은 채 변환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아, 그냥 포토샵 액션으로 할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오기가 생기더군요. 이 가벼운 툴로 이 작업을 끝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Advanced’ 버튼 뒤에 숨겨진 엄청난 옵션들을 발견했습니다. 리샘플링 방식부터 색상 깊이 조절, 심지어 선명하게 하기(Sharpen)나 흐리게 하기(Blur) 같은 효과까지 한꺼번에 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그 쾌감은 대단했습니다.

실전 투입: 수백 장의 이미지 정리 프로세스

익숙해지고 나니 작업 흐름이 잡혔습니다. 제가 겪은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입력: 스마트폰과 카메라에서 막 옮겨온, 용량도 제각각이고 이름도 엉망인 이미지 폴더를 타겟으로 잡습니다.
  2. 판단: 웹 게시용으로 가로 폭 1200px로 통일하고, 촬영 날짜를 파일명 앞에 붙여야겠다고 결정합니다.
  3. 처리 선택: 단축키 ‘B’를 눌러 배치 변환 모드 진입. ‘Batch conversion – Rename result files’ 선택.
  4. 실행: ‘Advanced’ 설정에서 ‘Resize’ 체크 후 가로 폭 입력, ‘Resample’ 옵션으로 고품질 유지 확인. 파일명 패턴에 ‘$E:%Y%m%d_%H%M%S’ 같은 변수를 넣어 EXIF 정보를 활용하도록 세팅합니다.
  5. 결과: ‘Start Batch’ 클릭. 500장의 사진이 1분도 안 되어 완벽하게 정리됩니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 윈도우 탐색기가 버벅거릴 정도로 많던 파일들이 순식간에 착착 정리된 걸 보고 ‘이래서 전문가들이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EXIF나 IPTC 정보를 슬라이드쇼나 전체 화면 모드에서 바로 띄워볼 수 있는 기능은 사진을 분류할 때 정말 유용했습니다.

다른 도구들과의 비교: 포토샵까지 켜야 하나?

사실 Adobe Photoshop은 정말 강력하죠. 하지만 간단한 필터를 적용하거나 이미지를 자르고, 회전하는 작업을 위해 포토샵을 켜는 건 마치 동네 슈퍼에 가는데 대형 덤프트럭을 몰고 나가는 격입니다. IrfanView는 Adobe 8BF 필터를 지원해서 포토샵 필터를 가져와 쓸 수도 있고, 무엇보다 ‘손실 없는 JPG 회전(Lossless Rotation)’ 기능이 압권입니다. 보통 JPG를 돌리고 저장하면 아주 미세하게 화질이 열화되는데, 이 툴은 데이터 구조를 직접 건드려 화질 손상 없이 방향만 바꿔줍니다.

물론 꿀뷰(HoneyView) 같은 국산 뷰어도 훌륭합니다. 인터페이스는 훨씬 현대적이고 예쁘죠. 하지만 IrfanView처럼 EXE/DLL 파일에서 아이콘을 추출하거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쓰거나, 명령줄(Command Line) 옵션으로 자동화 스크립트를 짜는 등의 변태적인(?) 확장성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됩니다. 가벼움과 기능의 깊이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할까요. 다만, ‘예쁜 것’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는 최악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툴바 스킨을 바꿀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UI의 낡음은 지울 수 없거든요.

완벽한 도구는 없다, 하지만 일단은…

이런저런 시도와 실패 끝에 지금은 제 업무 PC의 기본 이미지 뷰어로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불편함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니코드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가끔 특정 경로의 한글 파일명을 인식하지 못하고 뻗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또, 레지스트리를 건드리지 않아 깔끔하다는 건 장점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환경 설정을 완벽하게 백업하고 옮기는 과정이 조금 원시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게 최고다’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냥 윈도우 기본 뷰어로 슥 넘겨보는 게 편할 수도 있고, 전문적인 보정이 필요하면 당연히 라이트룸이나 포토샵으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업무 효율을 위해 ‘빠르게 보고, 빠르게 변환하고, 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도구를 찾는다면 IrfanView만한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여전히 가끔씩 플러그인 에러가 나면 육성으로 욕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가벼운 속도 맛을 본 이상 다시 무거운 뷰어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안 써본 기능이 산더미 같은데, 또 어떤 삽질을 하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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